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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플랫포머 게임
우리 팀이 제작 중인 게임 Pa!nt는 이전 글에서 간단히 다뤘었지만, 말이 퍼즐 플랫포머이지, 사실상 플랫포머로 포장된 "퍼즐" 게임이다.
내가 알기로 일반적인 팀들은 퍼즐 디자인 자체에 대해서 한 명의 기획자가 설계 방식과 레벨 난이도 조절 방식을 정하고, 이에 따라서 기획자 혹은 레벨 제작자들에 의해서 레벨 디자인이 이루어진다고 간단히 들었었다. 우리 팀은 이런 일반적인 팀들과 다르게, 퍼즐로써의 기획이 잡혀있었다기보다는 퍼즐 플랫포머를 만들다가 퍼즐로 흘러가게 되었던 게임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이전 글에서 다뤘다시피, 기획서가 없어서 그러긴 했지만, 또 다른 이유는 게임의 볼륨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 팀원 다 같이 스테이지를 제작하고, 오히려 기획자인 내가 스테이지 제작을 하지 않고, 전체 스테이지들을 정리하고 피드백해서 통일성과 레벨 수준을 맞추는 방식을 취했었다. 이런 방식은 팀원 전원이 컴퓨터 공학 전공이라 논리 관련 절차나 설계에 대해서 수업으로 한참 듣고 있던 중이기에 레벨 디자인이 어느 정도 수월 했을 것이리라 판단했다.
퍼즐 디자인의 시작
우리 팀은 하나의 퍼즐 스테이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들을 정해 놓고 제작을 시작한다.
1. 사용할 기믹
2. 스테이지의 난이도
3. 맵의 크기
4. 아이템의 사용 횟수
등의 내용들을 미리 결정해 둔다. 이렇게 정해진 목표치와 스테이지 제작 시의 조건을 토대로 종이나 아이패드에 맵을 손으로 그리며 짜기 시작한다. 이때 난이도를 높이는 방식은 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동선을 일자로 배치하는 대신 X자로 꼬아서 배치한다거나, 사용하지 않을 아이템을 페이크로써 배치한다거나, 아이템을 반드시 정해진 순서대로만 사용해야 풀리도록 강제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사용해서 우리는 난이도를 높이고 이것들의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난이도를 낮춘다.
시작은 설계가 끝나고 나서부터
이렇게 매력적인 맵을 만들려면 짧게는 2시간, 길게는 하루 정도 걸린다. 이렇게 해서 퍼즐이 완성이 되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아무리 공을 들여 만든 맵이라 하더라도, 노트에는 물리엔진이 존재하지 않고, 포물선으로 이동 가능한 범위는 노트에서 쉽게 나타내고 계산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플랫포머로써 점프와 물리엔진이 있는 게임 내에서는 예상과 다르게 새로운 동선들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상상도 못 한 동선들 나오면, 난이도가 바뀌며 퍼즐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이 스테이지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1. 이 맵을 폐기하고 새롭게 만들기.
2. 허용 가능한 정답의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이외의 정답들은 정답이 되지 못하도록 수정하기.
이렇게 정답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서 맵들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팀원들끼리 서로 상대의 맵을 플레이 해서 QA와 비슷하게 레벨을 테스트하는데, 이때 각자의 성격이 나타나고 참 예상하지 못한 정말 이상하고 독특한 방법들까지 등장한다. 사실 여기서 웃긴 이야기와 상황들이 자주 생긴다. 예를 들면, 원치 않는 정답들을 막다 보면 원래의 정답마저 막히는 경우도 자주 일어난다. 또는 분명 의도한 정답은 아니지만 너무 오래 걸리고 정성이 들고, 성공 확률이 낮지만 클리어 가능한 경우가 있으면 그 노력이 기특하여 정답의 범위에 포함 시켜주기도 한다. 이때, 정답을 단 하나만 두고 처음부터 오로지 그 길만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만들면 정말 너무 잘 만들어진 맵이 되거나, 다른 하나는 한눈에 봐도 정답만 보이는 맵이 된다. 이렇다 보니, 우리는 불확실하고 재미없을 확률이 높은 단 하나의 정답만 나오는 방식의 제작보다는 정답의 범위를 정하고 그 안의 행동들은 인정하는 방향으로 스테이지를 만들게 되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만들어진 맵을 유저들은 20초에서 10분까지 다양하게 즐겨주신다 (막히지 않았을 경우의 기준이며, 퍼즐의 성격 상 한번 막히면 1시간이 넘기도 한다). 평균 값을 고려해서 300분, 즉 퍼즐만으로 5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제공하고 싶다면 100개 정도의 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개의 기믹 당 10개씩 맵을 만들고, 총 10개의 기믹으로 100개의 퍼즐 맵을 제작 하였다.
맵을 제작할 당시에는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정작, 100개를 채우고 난 이후 생각해 보니 만들어진 콘텐츠의 양에 비해 정말로 많은 시간이 스테이지 제작에 소요가 되었었다. 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Pa!nt가 단순한 퍼즐이지 않고 플랫포머로서 물리엔진이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기획과 메커니즘이 선행되지 않고 노하우들이 쌓이고 이를 기반으로 점차 발전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
우리같이 일단 뛰어들고 나니 퍼즐인 팀이나 사람은 좀처럼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우리 같은 팀이 있다면 더 늦어지기 전에 철저한 기획과 레벨 디자인 원리를 만들 필요가 있진 않은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
우리는 다음에 동일한 장르를 제작한다면 퍼즐 자체의 재미와 별도로 스테이지 하나를 위해 일주일 넘게 걸렸던 점들 때문에라도, 효율적으로 스테이지 제작이 가능한 제작 방침과 기술을 먼저 쌓고 개발할 예정이다. 이후에 다루겠지만, 지금 이야기한 스테이지 제작의 비효율성에 대해 전문가, 개발자, 업계인 분들의 피드백과 우리 스스로의 느낀 점이 많아 우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미니 프로젝트 또한 진행했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https://store.steampowered.com/app/2516270/Pant/
[출처] 퍼즐 플랫포머 게임 제작 후기#3 퍼즐 하나를 만들까지|작성자 BIB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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