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t 개발후기

퍼즐 플랫포머 게임 제작 후기#4_2 Pa!nt 레벨디자인

BIB Developer 2024. 5. 23. 16:40

'본 글은 다른 블로그, 커뮤니티 등 다른 SNS에서도 동일하게 연재되고 있는 글입니다'

 

레벨 디자인 방식

레벨 디자인 방식에 대해서는 앞선 글에서 간단히 다루긴 했었지만 그것은 레벨을 제작할 때의 조건에 가까웠고, 이번 글이 실제 레벨 디자인에서 사용했던 장치들이다.

그리고 글에 앞서 간단히 말하긴 했지만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말을 붙이자면, Pa!nt의 레벨디자인은 개발자였던 팀원들이 동시에 레벨들을 디자인하고 이들이 만든 레벨을 기획을 했던 내가 감수하는 식이었다. 아래의 내용들은 실제 레벨 디자인을 했던 개발자가 이야기해 주고 작성해 준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지금부터 아예 아무것도 모르던 상황에서 시작해서 Pa!nt의 다양한 스테이지들을 꾸준히 만들면서 알게 되고, 발견한 재밌었던 점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때 알게 된 점들은 이후 레벨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참고하고 활용했다. 어디까지나 이 내용들은 교과서 적이거나 옳다기보다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경험을 쌓고,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스테이지들의 공통점들을 위주로 되돌아보고 정리해본 내용이다.

1. 초기 색상이 있어야 어려워진다.(능력 이슈일 수도)

Pa!nt에서는 게임을 시작할 때 두 가지 상태 중 하나의 상태에서 시작한다. 하나는 모든 색을 다 밟을 수 있는 회색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색은 모두 통과 가능한 하나의 색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이때, 회색으로 시작하는 스테이지들은 초반 동선이 제한되어(회색이고 주변에 보통 다른 색의 벽들로 둘러싸여 있어) 선택 가능한 경로가 제한이 되고, 선택지의 종류가 적고, 유도될 것 없이 바로 적은 수의 선택지가 가능한 게 보인다.

그에 반해, 초반에 색을 부여하게 되면, 이용자는 그 색에서만 가능한 길을 먼저 들어가려고 하고, 이러한 특징을 활용해서 동선을 유도하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색을 처음에 부여하면 비교적 난이도 설계가 쉬워진다.

(이것과는 정 반대로 어떤 동선이든 가능한 회색이 초반에 있게 되면 예상치 못하는 곳에 가서 스테이지가 자주 망가지기도 했어서, 어려운 스테이지를 짤 때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 회색의 빈도가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2. 갇히는 구간이 있어야 재미있고, 어려웠다고 느껴진다.

갇히는 구간이란, 유저가 특정 타일들에 둘러 쌓여 점프로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갇히게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들은 사실, 지금에 와서는 줄이거나, 예외처리를 해야 할지 고민까지 하는 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 이러한 상황을 겪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많은 혼란과 좌절을 겪고 피로감을 겪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을 한번 이상 겪고 난 플레이어들은 이후 플레이에서 해당 선택지를 확실하게 제거하고 플레이하며, 선택지의 조합을 보다 집중해서 플레이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확실하게 이용자들이 맵을 어렵다고 느끼고, 동시에 우리가 의도한 정답을 생각해서 찾아내려는 노력을 하며 플레이하게 된다. 또, 그 결과 정답을 찾아냈을 때 이 정답이 어렵고 동시에 재밌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렇게 되는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우리 게임에서는 적과 장애물이 없어 게임 오버가 없고, 이용자들은 큰 좌절 없이 꾸준히 다시 하고 플레이하다 보면 클리어가 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별다른 고민 없이도 충분한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클리어하게 될 수 있는데, 이 상황에서 실패를 겪으면 그 실패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때부터 플레이어는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계산하며 플레이하게 된다. 이후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플레이어는 이전 스테이지 대비 경우의 수를 직접 고민하며 플레이했기 때문에 더욱 즐거워했던 것 같다.

3. 가능한 한 빨리 목적을 이루려는 관성

붓을 획득한 후, 문으로 들어가면 스테이지가 클리어되는 형식이기에 대개 사람들은 여러 선택지 중 붓을 1순위로 선택한다. 실제로, 이렇게 풀었을 때 클리어가 되는 맵이 대다수이다. 그러나, 아래 맵처럼 붓을 먼저 먹었을 때 클리어 할 수 없게 되는 특징을 활용하여 많은 스테이지들의 난이도를 높였다..

 

이런 경우 플레이어들은 관성을 벗어나는 상황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그 관성을 깰 때 정답을 찾게 되면서 어려움과 함께 더 큰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4. 밑으로 빠지는 것을 두려워함

플레이어는 현재 밟고 있는 플랫폼과 같은 색이 되어 떨어지는 것을 굉장히 꺼려한다. 아무래도, 이런 경우에는 떨어진다는 경험 자체가 예상되고 정상적인 플레이 경험보다는 실패와 불이익의 경험으로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에 반대로, 이런 선택지가 정답일 경우 사람들은 이 선택지를 가능한 뒤로 미루고 안 가려고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후보에 넣어두지도 않아 난이도가 높아지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특히 내가 감수하는 과정에서 자주 힌트를 요청했었다.)

5. 같은 색 변화를 꺼려함

플레이어들은 행동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는 것을 선호한다. 예를 들면, 내가 물감을 사용해 색을 섞은 물통에 의해 캐릭터의 색이 바뀌게 되어 갈 수 있게 되는 길이 바뀌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현재 캐릭터의 색과 같은 색의 물감을 물통에 타는 것에 대해서 경로가 바뀌거나 즉각적인 반응이 기대되지 않아서 다들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꺼려한다. 그렇다 보니 사전에 미리 동일한 색의 양동이들을 만들면 난이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6. 물감과 사용해야 하는 물통까지의 거리가 멀어지면 어려워진다.

Pa!nt의 특징은 출발점에서 맵을 한눈에 볼 수 있지만 출발점을 벗어나면 플레이어의 시야가 줄어드는 것이다. 만약 유저가 맵의 정보를 잘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물감과 해당 물감을 타야 할 물통의 위치를 떨어뜨려 놓는 것만으로 레벨의 난이도를 올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는 어디에 사용할지 모르는 물감을 멀리 있는 물통까지 연관하여 생각하기 힘들고, 어렵게 느끼게 된다.

정리하며

 

위의 내용들을 정리하면 레벨 디자인에서 우리가 난이도를 높이던 방식은 이용자가 퍼즐의 경우의 수를 의식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면 이용자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꿀 수 있고, 퍼즐로서의 재미를 느꼈다는 점과, 플레이어가 당연하고 편안하게 가고자 하는 관성들을 파악해서 이를 비틀면 보다 어려운 스테이지가 제작되는 것으로 우리는 파악했고 이를 활용해서 스테이지들을 설계했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이 우리의 개인적 경험과 우리 게임만의 특수성이 강할 것이라 생각되긴 하지만 도움 되는 사람들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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